태종의 아내 원경왕후 민씨는 원래 고려 말엽의 중신이던 민제의 귀동녀로서 공민왕 14년에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영특해 아버지의 사랑을 한몸에 받은 민씨는 장성하여 이씨 가문에 시집을 가면서 영예와 비극이 상충되는 기구한 인생을 살아가지 않을 수 없게 된 운명의 여인이었다. 태조는 전저 한씨 소생인 여섯과 후처 강씨의 몸에서 난 둘까지 모두 여덟 명의 아들을 두었으나 맏이가 일찍 죽어 일곱 아들이 있었는데, 세자를 책봉해햐 할 시점에 이르렀을 때 는 어린막내 아들 방석에게 마음이 기울어져 있었다. 아리따운 젊은 후처의 아양에 마음이 흐려졌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나이 들어 낳은 어린아들이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귀여웠던 것이다. 하지만 범장다리 같은 큰아들이 여럿일 뿐더러 기질로나 수완으로나 아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