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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문북스 2023. 9. 12. 10:17
가재와 굼벵이

 

 


 옛날 가재와 굼벵이가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가재는 수염을 자랑하고 굼벵이는 눈을 자랑했다. 가재는 제 수염을 자랑하기는 했으나 굼벵이의 밝은 눈이 부러웠고, 또 굼벵이는 가재의 긴 수염이 위엄 있게 보여 부러웠다. 그래서 둘은 서로 눈과 수염을 바꾸기로 했다.
 먼저 굼벵이가 눈을 빼서 가재에게 주었다. 가재는 굼벵이의 눈을 달고 보니 자신의 모습이 더 멋지게 보여 수염을 굼벵이에게 줄 생각이 없어졌다.
 "눈도 없는 놈이 수염은 달아서 무엇해?"
 가재는 굼벵이에게 쏘아붙이고 돌아섰다.
 마침 옆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개미는 굼벵이가 가재에게 당하는 꼴이 너무도 우스워 배를 잡고 웃다가 그만 허리가 끊어질 듯 가늘게 되었다고 한다.

 

거짓말 잘하는 사위

 

 아주 옛날 서울의 한 부자가 딸 하나를 데리고 살았다. 딸이 얼마만큼 나이가 차자 부자는 사위를 보아야겠다는 맘을 먹고, 거짓말 잘하는 사람은 잘 살 테니 거짓말 잘하는 사람을 사위 삼기로 했다. 그리하여 방을 붙이게 되었는데 내용은 이러했다.

 거짓말 잘하는 사람을 사위로 구한다. 다만 본인의 입에서 그건 거짓말이다 하는 얘기가 나와야만 한다.

 한 청년이 찾아와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희 동네에서는 모를 심은 후 갈대로 짠 자리로 덮습니다. 이삭이 자리 위로 나와서 익게 되면 넷이서 사방 끝을 잡고 훑어서 벼를 거둡니다."
 그러자 부자는,
 "그건 사실일세."
 라고 말하여 실패했다.


 또 한 청년이 찾아와 이야기했다.
 "마당에 백 길이 되는 미륵이 있는데, 그 미륵의 머리에 배나무가 있어 배가 누렇게 익었습니다. 그래서 백 길 되는 장대로 돌미륵의 콧구멍을 쑤시니 미륵이 간지러워 머리를 흔들므로 배가 떨어져서 배를 먹었습니다."
 이번에도 부자는,
 "그건 그럴 수도 있겠네."
 하여 그  청년도 퇴짜를 맞았다.

 

 그쯤 되자 이제는 장가들겠다고 찾아오는 청년들의 발길이 뜸해졌다. 그러기를 며칠, 한 청년이 찾아왔다. 그런데 그 청년은 대뜸 울음을 터트리는 것이었다. 부자가 이유를 묻자,
 "이 집과 살림이 원래 우리 것이었기에 감개무량해 웁니다."
 하고 대답했다.
 부자가 생각하니 큰일이었다. 사실이라 하면 재산이 원래 그 청년의 것이라 인정하는 것이 될 것이고, 거짓말이라 하면 사위로 삼아야 하기 때문이다. 부자는 할 수 없이,
 "그건 거짓말이네."
 라고 말하고는 그 청년을 사위로 삼았다고 한다.

 

공처가


 어느 때 한 부대의 병사들을 이끄는 대장이 있었는데 그는 지독한 공처가였다. 하루는 이 대장이 교외에다 붉은 기와 푸른 기를 세워놓고 명령하기를,
 "공처가는 붉은 기 쪽으로 가고 아닌 사람은 푸른 기 쪽으로 가라."
 했다.
 결국 모든 사람이 붉은 기 쪽으로 모이고 푸른 기 쪽은 한 사람뿐이었다. 대장이 그 사람을 장하다 하면서,
 "내가 백만 대군을 이끌고 적과 마주쳐 적을 무찌르고 싸우며 화살과 돌이 비 오듯 하여도 한 번도 꺾여 본 적이 없지만, 일단 집 안에 들어가기만 하면 언제나 애정에 못 이겨 아내에게 지고 마는데, 그대는 어찌하여 부인을 두려워하지 않는가?"
 라고 물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 사람은 이렇게 대답했다.

 

 "처가 언제나 경계하기를, '세 사람이 모이면 반드시 여색을 이야기할 것이니 당신은 가지 마라.' 하였습니다."
 대장은 한바탕 파안대소를 하며,
 "공처가가 이 늙은이뿐만은 아니구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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