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우연의 양편

법문북스 2024. 4. 18. 09:32
우연으로 시작된 만남의 이야기,
우연(偶然)의 양편(兩便)

 

 

그날 이연하 씨는 변리사 법인사무실에 변리사로 첫 출근을 하였다. 30대 후반이 후다닥 다가왔지만 어쨌든 새로운 인생의 출발이라 그랬던지 전날 밤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그런데도 낮 동안 졸음도 오지 않아 혹시 오늘밤도 설치게 되지 않을까 걱정되어 엄마가 살아계실 동안 대학병원의 처방전을 들고 약을 사러 다녔던 약국에서 수면제를 사려고 버스를 타고 종로 5가에 내렸다. 그 약국은 사촌 언니가 약사로 근무하는 곳이다. 약을 사고 그녀는 한강 쪽 마포구에 소재한 한 호텔에서 친구를 만나 저녁 식사를 함께하기로 약속되어 있었다. 이연하 씨는 대학 졸업 후 은행에 취업하였고 서른다섯에 그렇게도 고대하던 변리사 시험에 합격하였다. 내친김에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올 요량으로 영어 회화 학원을 두 군데나 다녔다. 한 곳은 남성, 한 곳은 여성 원어민이 가르치는 곳이었다. 그녀는 대학재학 때와 그 후에도 영어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 그녀의 꿈은 좀 남달랐다. 여성 정치인이 되는 것이었다. 유학 준비를 다 마치고, 이제 미국으로 떠날 준비도 거의 끝내 갈 즈음, 엄마와 함께 거실 바닥에 앉아 선물로 들어온 제주감귤 상자를 열고 감귤 껍질을 벗겨, 그녀는 엄마에게, 엄마는 딸인 그녀에게 감귤을 입에 넣어주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네 유학 생활이 5년 예정이면 엄마 나이가 70이 되는데, 그동안 너 없이 내가 외로워서 제대로 견뎌낼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이 말씀이 엄마가 이 세상에서 상대방이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말한 마지막 말씀이 될 줄은 몰랐다. 그 말을 하고 나서, 엄마는 오른손에 들고 있던 감귤을 바닥에 떨어트린 후 스르르 옆으로 기울며 쓰러지셨다.

(중략)

 

 

 

그 이후 엄마는 3년 동안 내내 휠체어 없이는 문밖 출입을 못하시다 끝내 돌아가셨다. 무남독녀인 그녀는 엄마가 돌아가실 때까지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엄마의 병수발을 자청하여 혼자 감당했다. 가족이 단출했고 아버지의 직업이 전문직이어서 경제적 형편은 넉넉했다.
이랬던 이연하 씨가 그날 첫 퇴근길 버스에서 내려 두어 걸음 옮기다가 그만 정신을 잃고 길바닥에 쓰러졌다. 심장마비였다! 다음의 이야기는 쓰러진 곳 바로 앞 약국에 근무하는 사촌 언니로부터 그녀가 들은 이야기다.

(후략)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아래 <우연의 양편>을 클릭하세요.

'기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운명을 딛고 일어선 삶  (0) 2024.04.25
행복도 습관이다  (0) 2024.02.22
반려견 건강상식  (0) 2024.01.30
이조500년 야담야사  (2) 2024.01.15
버섯의 생태 : 버섯 지식사전  (1) 2024.01.08